아무도 보지 못해도, 나는 나답게 피어납니다

이른 아침, 남편과 함께 달리기를 나섰다.
밤 러닝에 익숙해져 있던 요즘, 새벽 공기를 마시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밤이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코끝에 비릿하게 스며들었고,
그 향이 마치 바다의 심장을 품은 듯,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새벽은 전혀 다른 결이었다.
풀 내음이 촘촘히 깔린 공기,
아직 말없이 잠든 도시 위로 조심스레 깃든 햇살,
그 한 조각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조용히 호흡하며 나 자신을 들여다봤다.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남편은 참 묘한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다.
쉽게 지치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 무쇠 같은 사람.
나는 그를 ‘버스 배터리’라 부른다.
하루 종일 힘이 넘치고, 스스로 충전되는 사람.
그에 비해 나는 ‘모닝 배터리’처럼
작은 움직임에도 금세 닳고, 금세 무너지지만,
그의 옆에만 서 있어도 신기하게 내 안에서 잠든 에너지가 깨어난다.
함께 뛸 수 있다는 것.
그의 발걸음에 내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감사한 새벽이었다.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숨이 거칠어지고, 팔을 따라 흐르는 땀방울이 옷깃을 적셨지만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편에서 묵직하게 쌓여 있던 감정의 먼지들이
조용히 녹아내리고 있는 듯했다.
땀범벅이 된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고,
바람 한 줄기가 내 뺨을 스치며 속삭였다.
“그래, 이렇게 흘리면 돼.”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냥 ‘나’였다.
세상의 시선과 역할을 모두 벗고,
그냥 나답게, 오롯이 존재할 수 있었던 귀한 순간.
한 시간쯤 달리고 돌아오던 길.
나무 위에 아침 햇살을 머금은 거미줄 하나가
말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누가 일부러 보아주지 않아도,
그 얇고 투명한 실타래는 스스로의 자리에서 묵묵히 빛나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결코 끊어지지 않는 그 모습은
어쩌면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애를 쓰며 살아가는 걸까.
무엇을 증명하려고, 누구에게 인정받고자 이리도 분주했을까.
거미줄처럼 얇아 보여도, 그 안에는 정성과 시간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보이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의미 있는 존재로.
오늘도 나는 내 삶을 그렇게 한 올 한 올 엮어간다.
햇살 속에서, 바람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강하게,
나답게 피어나고 있다.
여러분은 언제 ‘그냥 나’로 존재할 수 있었나요?
조용히 피어난 당신만의 순간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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